7년 박사

7년 박사 프로그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들었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 경험으론 이것저것 잡다한 경험이 개성있는 학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7년 박사는 논문을 쓰는데 커리큘럼을 집중해야 할텐데 그러면서 너무 동질적인 학자 집단을 키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새워 납땜하며 21세기에 이딴거 왜 배우냐고 궁시렁거리던 경험이 없다면 지금 하드웨어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사람들이랑 노래방 갔다가 왠 아저씨한테 기습뽀뽀를 당했던 경험이 없다면 조직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창의성이란 벽돌을 쌓으면 생기는 그늘에 자라는 잡초같은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탁월함은 본질적으로 랜덤 프로세스를 통해 탄생하는 것이다. 7년 박사는 랜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우리 학계에 더 많은 랜덤성이 공급되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