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말하길. “내 스승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내 조국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이 책을 쓰는 것도, 전적으로 순수한 자연적 이성만을 사용하는 사람이 옛날 책들만을 신뢰하는 사람보다 더 올바르게 내 의견을 판단해 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크게 감명 받고나서 10년간 세련된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알기를, 데카르트는 <방법서설> 출판 4년 후에 그의 핵심 저작인 <성찰>을 라틴어로 출간했다. 모국어로 공부하는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난 한국 학부 교육이 접근성이 높은 한국어 위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학부 교육의 목표가 소수 엘리트 육성이 아니라 지적 담론의 저변 확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적어도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영어 위주로 교육한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
내가 담당한 교과목 모두 영어로 자료를 만들었고 또 영어로 수업하고 있다. 수업 뿐만아니라 지난 3.5년간 교수로서 생산한 문서의 99.9%를 영어로 작성했다. 독립된 학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오랫동안 저버려 부끄러움을 느낀다. 근데 솔직히 앞으로 몇 년간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