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교육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말하길. “내 스승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내 조국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이 책을 쓰는 것도, 전적으로 순수한 자연적 이성만을 사용하는 사람이 옛날 책들만을 신뢰하는 사람보다 더 올바르게 내 의견을 판단해 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크게 감명 받고나서 10년간 세련된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알기를, 데카르트는 <방법서설> 출판 4년 후에 그의 핵심 저작인 <성찰>을 라틴어로 출간했다. 모국어로 공부하는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난 한국 학부 교육이 접근성이 높은 한국어 위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학부 교육의 목표가 소수 엘리트 육성이 아니라 지적 담론의 저변 확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적어도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영어 위주로 교육한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

내가 담당한 교과목 모두 영어로 자료를 만들었고 또 영어로 수업하고 있다. 수업 뿐만아니라 지난 3.5년간 교수로서 생산한 문서의 99.9%를 영어로 작성했다. 독립된 학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오랫동안 저버려 부끄러움을 느낀다. 근데 솔직히 앞으로 몇 년간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다.

탁월함의 재현

내가 대학원에 다시 입학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마 아닐 것이라 추측한다. 내가 참가한 커리어라는 게임의 규칙이 10년동안 너무 크게 변했고 또 나도 너무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잘했던 것과 꼭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이 잘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나를 재현하려는 시도는 내가 해도 못하는 것이다. 상황에 맞춰 각자 잘하는 방식을 찾아야하고 또 그래야만 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성취를 학생들이 달성할 가능성이 열린다.

업력과 예측력

업력이 늘면서 일하는데 걸릴 시간을 좀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이게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빨리 될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막 덤볐다면, 이제는 어차피 빨리 안되는거 아니까 절망속에서 일하게 된다…

오늘은 새벽 1시쯤 감이 왔다. 오늘은 새벽 4시쯤에 일이 끝날거라고. 아니나다를까 4시 10분에 끝남. 거의 6시간을 절망 속에서 일하다가 이제 퇴근…

꼰대

나는 모든 관리자는 꼰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꼰대가 되지 않거나 소위 “좋은 꼰대”가 되는게 목표가 아니라 유용한 꼰대가 되는게 커리어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

어디서 봤는데… 지도교수가 하는 말은 다 틀렸다고. 근데 유용한 오답이 있고 쓸모없는 오답이 있는거라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009450005051?101031539303=

수업과 스탠드업 코미디

수업이 공연의 한 장르라고 할 때 가장 가까운 사촌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서서 마이크를 들고 한다. 또 무엇보다도 재밌어야 하면서도 어느정도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럼 이제 수업 준비를 위해… <사인펠드>를 봐야지…

LLM과 부정행위

ChatGPT 사용을 잡아 내려는 시도는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술적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게임의 규칙이 달라진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개개인의 글쓰기 능력은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평가해야 한다.

스트레스 총량의 법칙

어느 직장이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줄 수 있는 스트레스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넘기면 갈등이 커지고 결국 일이 잘 안된다. 사안마다 받는 스트레스의 양과 감당가능한 스트레스의 총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상급자로써 하급자를 어떻게 “갈굴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한다. 이상적으론 효율 대 스트레스 비율(효스비)이 높은 수단을 써야한다. 그건 정말 케바케인데 명예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성장일 수도 있고, 사명감일 수도 있다.

마우스 쓴다고 갈구는건 과거 어느 시점에 효스비가 높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23년에 마우스 운운하는건 적폐에 가까운 효스비다. 부디 여러분들에게 허용된 스트레스 총량을 현명하게 사용하시길…

신분 상승과 신분 해방

중학생때. 옆 동네 학군지에 사시던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우리랑 그동네 중학교 친구들이랑 비교하시던 분들이 (일부) 계셨다. 그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부동산 알아보러 다니는 지금(..) 좀 상처가 되네. 돌이켜보건데 그건 일종의 계급차별이었다.

대학생때. 한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역사교과서의 만적의 난 서술에 대해 논평하시며. 신분상승과 신분해방은 다른 열망인데 그걸 헷갈리면 안된다고. 나는 무엇을 열망하는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2041474272534

연구와 루틴

오늘 한 학생이 긴 호흡의 연구를 하면서도 조급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길래… 가급적 7시간 이상 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내 경험상 이럴 때 가장 마음도 편하고 결과도 잘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실천하지 못한지 꽤 됐는데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오늘의 다짐 끗…

어린이집 코딩

어린이집에서 >>>코딩<<<을 배운다길래 커리큘럼이 궁금해서 좀 봤는데… “프로그램은 데이터”라는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게 느껴졌다. 고민이 담긴 좋은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