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0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모든 종류의 교육자료를 볼때마다 제작 의도를 가늠해보곤 한다. 영유아용 수학 동화를 보는데 0의 동기에 대해 말하기를 0이 있어야 1과 10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설명이긴한데 0의 개념을 잘 전달하진 못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에 따르면 0은 덧셈의 항등원이다. 따라서 기수법에서 빈자리를 채우는 용도로써 0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0이 10과 1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오히려 그 사례는 기수법의 동기로써 사용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면 유아들에게 덧셈의 항등원 개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넘버블럭스>가 가장 나은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여기선 0이 입만 있는 친구로 등장하고 다른 친구랑 합체하면 그냥 사라진다. 덧셈의 항등원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유아에게 덧셈의 항등원 개념을 제시하는게 과연 효율적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1과 10을 구별하기 위한 용도로써 0을 제시하는게 학습 단계에 맞는 설명일지도 모르겠다. 동화를 보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는데 여하간 우리 애들은 고등학교때까진 수학을 좀 좋아하면 좋겠다…

추가: 한국 교육과정에 0을 기수법의 빈자리를 채우는 값으로서 동기부여하는 원칙같은게 있나보다. 올해에만 벌써 세번 봤다. 그러면서 점점 0은 덧셈의 항등원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기수법은 그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동기부여해야한다. 그와 별개로 0은 덧셈의 항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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